스마트폰 돈벌기 / / 2026. 5. 8. 20:56

인간이 먼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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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y · 문학과 인간

먼저 인간이 되어야,
비로소 시(詩)가 머무는 자리

모란이 지고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계절의 이야기

 
Essay 문학 인간 봄날의 기록

어느 봄날, 홍대 롤링홀의 조명이 잦아들고 나직한 선율이 흐를 때 저는 무대 위에 모란동백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르는 동안, 비어 있는 듯 꽉 찬 영정 사진 하나를 마음으로 마주했습니다. 노래는 끝났지만 그 침묵은 오래도록 가슴 안에 머물렀습니다.

 

 

흔히들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히말라야 7,000미터의 설산, 그 서슬 퍼런 만년설 위에서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걷는다 해도 저는 기꺼이 각오하고 떠나는 사람입니다. 죽음 그 자체보다 두려운 것은,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는 '인간미의 상실'이기 때문입니다. 목숨은 한 번이지만, 사람다움을 잃는 일은 살아있는 매 순간마다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 반복이야말로 저는 가장 깊은 공포라고 생각합니다.

 

 

 

 

시(詩)는 술잔에 담긴 객기가 아닙니다

최근 참담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평생을 헌신하며 이끌어오신 한 어른께서 건강이 쇠약해지셨다는 소식에, 위로는커녕 "영정 사진이나 찍어두고 쉬라"는 폭언을 내뱉은 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저는 분노보다 먼저 깊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어떤 인간이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지, 오랫동안 이해하려 노력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말을 내뱉은 이는 '시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의 아픔을 보듬고, 보이지 않는 영혼의 숨결을 활자로 담아내는 고귀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시의 향기가 아닌 술 냄새에 취해 있었습니다.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 언어로 사람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입니다.

 

 

취기 어린 투정으로 동료를 괴롭히고, 자신의 무례함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도리어 원망을 쏟아내는 모습. 그 추한 민낯 어디에서 우리가 시적인 은유와 삶의 철학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예술은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지, 타인을 상처 입히는 도구가 될 수 없습니다. 그 이름 앞에 붙은 '시인'이라는 호칭이 그날 이후로 저에게는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문학의 뿌리는 곧 '사람'입니다

대지문학을 이끄시는 박종규 회장님께서 늘 강조하시던 첫 번째 가르침이 가슴을 울립니다. 수십 년 문단의 길을 걸어오신 그분께서는 언제나 문학보다 사람을 먼저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가르침이 오늘에서야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시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

— 박종규 회장, 대지문학

이 짧은 문장 속에 문학의 모든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을 향한 예의가 없는 언어는 그저 빈 껍데기에 불과하며,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는 자의 펜 끝에는 결코 진실한 감동이 머물 수 없습니다. 글은 마음에서 나오고, 마음은 삶에서 비롯됩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경외 없이 써 내려간 시는, 아무리 화려한 수사를 품고 있어도 결국 공허한 활자의 나열일 뿐입니다.

 

 

지식의 전당이라 자부하는 문학계에 이런 몰상식한 행태가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뱉은 말이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그것이 언어를 다루는 자의 최소한의 책임이자 윤리입니다.
 
 

꽃은 지더라도 향기를 남겨야 하기에

모란이 지고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노래를 부르며 다짐했습니다. 설령 내일이 마지막일지라도, 우리는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로 기억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꽃은 반드시 집니다. 하지만 향기는 오래도록 남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남기는 것은 업적이나 명예가 아니라, 함께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새겨진 온도이고 눈빛이며 목소리입니다.

 

 

문학은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픈 이의 손을 잡아주고, 무너지는 마음을 글로써 지탱해 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그 온기를 우리가 잊지 않는 한, 문학은 살아 있습니다. 다시는 '시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우리 곁의 소중한 어른들이 깊은 존경과 따뜻한 온기 속에서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빛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빛을 꺼트리려는 손이 있다면, 우리는 함께 그 빛을 지켜야 합니다.

 

 

진정한 문학은 잉크가 아니라,
한 사람을 향한 깊은 예우에서 시작됩니다.

 
# 문학에세이 # 시인의자격 # 인간됨 # 모란동백 # 대지문학 # 삶의철학 # 박종규

 

 


 

[제3회 이백배 콘서트 '하나되는 울림' 감사의 글]


텅 비어있던 객석을 온기로 채워주신 당신, 기적의 주인공입니다.

 이백배입니다.
4월30일저녁, 홍대 롤링홀에 울려 퍼졌던 마지막 함성을 가슴에 묻고 이제야 무대 뒤의 먼지를 털어내며 펜을 듭니다. 

공연을 준비해 온 지난 4개월, 솔직히 고백하자면 단 하룻밤도 편안히 잠들지 못했습니다.

전문 기획사도 없이 배우들의 대사 한 줄을 다듬고, 연출의 동선을 짜고, LED 영상 하나와 음향의 작은 울림까지... 그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시간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터널을 걷는 것 같았습니다.

 

 '과연 이 넓은 곳을 채울 수 있을까', '나의 진심이 저 차가운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몇 번이고 무릎이 꺾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0일, 제가 마주한 것은 캄캄한 어둠이 아니라 여러분이 켜주신 400개의 뜨거운 등불이었습니다.

좌석을 꽉 채워주신 분들의 눈빛에서, 그리고 뒤에 서서 어깨를 맞대고 박수를 보내주신 분들의 열기 속에서 저는 보았습니다. 10년의 은둔을 깨고 나온 이들의 용기를, 병마와 싸우며 오늘을 기다려온 환우들의 희망을 말입니다. 

저의 서툰 노래와 연출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발걸음이 그분들에게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가장 위대한 대사를 들려주셨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현장엔 오지 못하셨지만,  마음으로 함께 울어주시고 응원 보내주신 분들께도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그 보이지 않는 기도가 저를 무대 위에서 끝까지 버티게 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이제야 4개월 만에 깊은 잠을 청해 보려 합니다.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받은 이 울림을 잊지 않고, 더 낮은 곳에서 더 뜨거운 불꽃을 피우며 살아가겠습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이백배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세상은 다시 봄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26년 5월 1일
이백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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